영화

조범석: 숲의 사람들

2024년 2월 3일 ~ 2024년 3월 31일

상영작 목록

 

상영 시간표

 

기획의 글

가끔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된 어떤 물건 때문에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일이 있다. 어떤 때는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다시 가던 길을 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사진을 찍곤 잊어버리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다시 되돌아와 그 물건을 집어 들어 방 어딘가에 갖다 놓는다. 그러고 나서 어떤 시간이 흐르고 나면, 비로소 그 물건을 붙잡아 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살펴보기도 하고 깎고 다듬고 구부려본다. 그것을 바라보던 시간과 그것을 매만질 수 있게 된 시간 사이에는 분명 어떤 도약이 있고 구분이 있지만, 동시에 그 시간은 모두 그 물건을 발견하기 위한 기나긴 과정 안에서는 구별되지 않는 것이다.

조범석에게 영화는 바로 그러한 발견의 과정과 모험으로서 자리한다.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그 사람’의 주위를 서성이다 비로소 그것을 향해 말을 걸기 시작하는 것이 영화의 시간이다. 그의 영화가 카메라를 든 현재들로 점철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담지 못했던 서성거렸던 장소를 더 오랫동안 바라보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프레임은 ‘그’를 가능한 깊숙이 들여다보다가 ‘그’가 더이상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을 때, 혹은 ‘그’의 이야기가 사실은 원래부터 비어 있다는 것을 알아챘을 때 비로소 생성되기로 결정된다. 영화는 ‘그’가 특별한 이미지라는 것을 확신하는 때가 아니라 반대로 아무런 이미지도 되지 못한다는 흐릿한 추측 속에서 비로소 가능해진다. 조범석이 ‘그’를 영화를 통해 다룬다는 것은, 그리고 우리가 그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그러므로 숲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일이다. 이 숲은 우리에게 익숙한 문학적 공간, 풍경 이미지로서의 숲이 아니라, 순다르반스에 대한 아미타브의 묘사처럼 “산들바람도 파고들 수 없는”, “그 어떤 풍경도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단순화할 수 없는 신비로운(irreducibly mysterious) 요소가 깃든” 불가사의한(uncanny) 장소다.

 
 

작품 소개

 

어떤 만남
Eine Begegnung
2022 | DCP, 2K | 72분 | 5.1채널 | 흑백 | 다큐멘터리 | 오스트리아

어떤 만남은 주인공 테아(Thea,28)의 움직임과 호기심을 그린 영화다. 테아가 15세였을 때, 그녀는 부모님을 떠나 혼자였다. 그런 다음 그녀는 유럽의 수많은 도시를 떠돌았다. 그녀는 한 장소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런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매번 관점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그녀의 중심을 위한 시작과 끝을 찾는 것이다. 주인공에게 이것은 마치 집에 오는 것과 같다.

 

각인
Prägung
2021| DCP, 2K | 65분 | 5.1채널 | 흑백, 컬러 | 다큐멘터리 | 오스트리아

각인은 집 발코니에 작은 정원을 가지고 있는 한 시각장애인 오스만 포챠(Osman Porca, 60)에 관한 영화이다. 주인공은 이곳에 파라다이스를 만들고자 한다.

 

광선
Strahlen
2020| DCP, 2K | 65분 | 5.1채널 | 흑백 | 다큐멘터리 | 오스트리아, 독일

사람은 어떻게 자신의 내면의 빛을 밝힐 수 있는가. 그리고 ‘나’와 ‘우리’의 구분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이 두 개의 질문은 영화의 중심에 놓여 있다. 광선은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보통의 볼 수 있는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이유로 형성되고 반영된 ‘이미지’를 따라 간다.